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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ulpture & Installation Artworks

Beyond the APPLE 2022

2022년, 악플러가 판치는 디스토피아, ‘사과+허밍’을 통해 ‘사이버 유토피아’를 꿈꾸다. 미국의 문화 비평가인 닐 포스트먼은 ‘모든 기술은 짐인 동시에 축복’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이란 신기술이 수십 년 만에 우리 사회를 점령했고, 현대인은 충분히 성찰하지 못한 채 인터넷의 편리함에 취해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악플과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이라 불리는 언어폭력이 대표적이다. 필터링되지 않은 무차별적 언어 공격과 폭력은 현대인의 삶을 병들게 하고 있다. 악플,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의 폐해는 학교, 직장, 가정 등 현대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고, 익명(匿名)이란 가면을 쓰고 벌이는 폭력, 차별, 혐오는 현대인의 삶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

권지안 작가 역시 악플과 사이버불링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술 전공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악플러들의 타깃이 됐고, 그들은 작가에게 '너는 사과는 그릴줄 아니?'라는 조롱의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인터넷 세상에서 비일비재(非一非再)하게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경험한 작가는 일련의 과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이를 작업으로 승화했다. 악플에서 영감을 얻어 사과를 다양한 색으로 알파벳화 한 ‘애플 폰트’ 오브제가 바로 그것이다.

‘애플 폰트’를 활용한 ‘애플 텍스트’는 버락 오바마, 스칼렛 요한슨 등 유명인에게 쏟아진 악플과 그 악플에 대한 답변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권지안 작가는 언어를 초월한 새로운 표현법 ‘애플 텍스트’로 사이버 폭력에 일침을 날리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사이버 유토피아’를 선보인다.

사이버 폭력을 작품을 통해 시각화한 ‘애플 시리즈’는 권 작가의 '허밍(Humming) 시리즈'와도 맞닿아 있다. ‘허밍 시리즈’는 글로 담아낼 수 없는 마음의 언어를 시각화한 표현한 작품이다. ‘허밍’을 통해 언어를 초월한 감성을 표현했듯, ‘사과’를 통해 사이버 폭력을 넘어서 화해와 정화, 힐링의 메시지를 투영했다. 

권지안 작가는 ‘상처를 준 상대를 향해 시스템화된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비로소 무거운 마음의 상처를 내려놓자’고 이야기한다.

권지안은 다양한 예술 장르를 혼합해 작가 자신과 관객 모두가 느끼는 혼란과 편견, 그리고 그 중심에서 연극적 요소인 해프닝을 일으킨다. 소리, 시간, 공간, 현상, 무빙이 보여지고 느껴지는 모든 과정과 결과 자체가 하나의 큰 화폭이며 ‘예술은 시대의 자화상'이라 말한다. 

 

2020년 12월 31일 발표한 권지안의 케이크도 이와 같은 해프닝을 통해 작품으로 탄생했다. 바로 이번 전시에서 메인으로 선보이는 작품, ‘Just a Cake’다. 지난해 12월 말 ‘케이크 표절'이 이슈가 된 시점을 계기로 작가는 ‘케이크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아 자신의 삶을 투영한 창작 작업에 매진한 끝에 작품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 11월부터 베이커리 카페이자 스튜디오에서 제빵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독창적인 케이크를 만들어왔고, 조카와 함께 클레이 아트 찰흙 놀이를 하며 영감을 얻어 비정형적인 찰흙 더미의 케이크를 공개했다. 색깔 찰흙이라는 오브제를 제프 쿤스는 알루미늄의 조각품으로, 권지안은 먹는 케이크로 각각 재해석했다. 그러나 권지안의 케이크는 정체불명의 유령 계정들로 인해 ‘표절’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으며 케이크의 순기능인 ‘축하'의 의미를 상실했다. 

 

이후 권지안은 케이크를 먹으며 자축 파티를 하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한쪽 면이 파인 케이크의 형상은 환영받지 못한 상처 받은 모습을 떠올리고, 이는 마치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해 축하와 감사를 상실한 현대인의 초상이라 생각하며 작품을 이어왔다.

 

유령 계정들로 인해 악플이라는 공격을 받았고 표절 논란이 퍼지는 과정은 연예인 솔비이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작가 권지안은 이를 모티브 삼아 작품으로 얘기한다. 그리고 작가는 일련의 과정과 사건을 전시를 통해 모두에게 공개하며 자신의 일이라고만 국한하지 않는다. 작품으로 사이버불링(Cyber-bullying)의 피해자들을 돌아보게 하고 옐로우 저널리즘을 비판하고, 어딘가에 있을 피해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 이번 전시를 열게 된 배경이자 기획 의도다.

 

예술의 본질은 공적 가치에 있다. 상처받은 케이크는 축하와 감사의 기능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불안정한 현대인의 초상을 담았고, 그 안에 꽂힌 초는 고통 속에서 생명을 불어넣는 희망의 빛을 상징한다. 케이크 조각처럼 희망의 조각을 나누고 싶은 작가의 진심이 담겼다. 권지안 작가가 고통을 예술로 극복하듯이 코로나 19로 지치고 고된 나날을 보내는 많은 사람이 이번 전시를 통해 위로받으며 활활 타오르는 희망의 빛이 피어오르길 소망한다. 

Just a Cake 2020

2020년도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상처와 아픔이 가득한 한해였다. 화려해보이는 외면과 다르게 상처받고 미완성의 불안정한 케이크 모습은 2020년도를 겪은 현대인들의 초상이다.

팔레트 정원 2020, Palette Garden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