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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IC] 딱 보면 압니까?


갤러리 인사아트 권지안 개인전에서 직접촬영



딱 보면 척 안다.고들 말한다. 살면 살수록 비이성적인 이 감과 촉이 관계의 상당한 축을 이룬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내 삶의 과정이 증거가 되어 주다 보니 촉이라는 신앙에 의지하게 된 것인지도. 처음에 지나치게 살가웠던 그녀는 알고 보니 리플리 증후군 이라거나, 세상 점잖고 세련된 그가 분노 조절 장애에 가깝다거나. 그 때 누군가 혀를 끌끌 차며 말하지. 눈빛이 좀 이상했어. 처음부터 느낌이 쎄하더라니까. 내 감은 정확해. 내 촉이 무서워. 딱 보면 척 알기는 커녕 무디고 느려터진 나는 너무 빠른 단정에 어리둥절했다. 정말 진실일까 의심했고.


월요일의 인사동은 한산했다. 봄이 내려앉는 거리는 병의 시절에도 화사했다. 걷다가 통창 안으로 보이는 그림들에 이끌려 스르륵 들어갔다. 갤러리 인사아트 권지안 개인전. 나에겐 낯선 이름였지만 눈길을 잡아 끈 매력적인 작품들이 가득 했다. 강렬한 색채의 회화와 그것만으로 충분치 않아 메시지를 뭉쳐 놓은듯한 입체 부조. 작가는 스스로의 불안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그리고 묻고 있다. 이런 나 어떤가요? 이게 나예요! 답도 함께.그림이라기 보다 메시지로 읽혔다. 어느 한 개인의 의지. 커다란 캔버스에 채우고 채웠을 이야기. 단색으로 표현됐으나 여느 단색화들의 수행 느낌보다는 자아의 표출에 가깝다. 그림마다 무언가 분출된 듯한 도드라진 입체 때문이기도 하고. 함께 전시 된 케이크 모양의 설치 작품들을 보고 아, 케이크 오브제구나 알아챘다. 전시 제목도 Just a Cake.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작가였다. 다 듣지 못하는 막귀라 미안했고.


작품들을 흠뻑 느끼고 막 나서려는데 작가 소개가 눈에 띄었다. 권지안 옆 괄호 속에 솔비라고 써 있다. 솔비라면. 우리가 아는 그 솔비? 띵했다. 백지처럼 발랄하고 여과없는 직설로 유명한 연예인. 바로 그녀의 그림이라니. 그러고보니 그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그림 그리는 연예인이 퍽 많아지면서 그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술은 본디 이상과 자유를 표방하지만 또 이곳만큼 규정과 틀이 많은 데도 없지. 예술을 주류, 비주류로 나누는 것도 해괴하지만 아무튼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같다.


크게 깨달았다. 딱 보면 척 아는 것. 몹시 위험한 사고라는 것. 선입견은 빨간색 안경과도 같다. 그걸 착용하고선 초록 숲도 파란 하늘도 제 본연의 색으로 볼 수 없지. 만약 권지안이 아닌 솔비의 이름을 먼저 보았다면, 분명 어떤 선입견의 개입으로 제대로 그림을 향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눈이 흐려졌을지 모르고 마음이 삐딱했을지 몰라. 정말 다행히도 권지안 작가가 빼곡히 그려놓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 마음을 느꼈고 괜찮아요 공감한 후에 알게된 것. 알고 보니 작가는 퍽 오래 스스로 소재가 되어 예술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권지안 작가가 앞으로도 계속 자기 이야기를 하기 바란다.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잔뜩 인 것 같았다. 그때 쯤이면 우리도 빨간 안경을 벗고 들을 준비를 하고 있을거다. 꼭 그러길 바란다.



갤러리 인사아트 권지안 개인전에서 직접촬영


임지영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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