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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DREAM

2015년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인 권지안의 ‘셀프 콜라보레이션’ 시리즈의 첫 작품. 권지안은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몸짓을 통해 표현했다. 이런 몸짓들은 캔버스라는 무대 위에서 물감이라는 도구를 통해 흔적으로 남았다. 직접 모든 음악 작업과 퍼포먼스 구상에 참여한 작가는 ‘공상’이라는 작업을 통해 처음으로 음악과 미술을 결합시킨 예술을 시도했다.

<작가 노트>

어릴적  노래가 좋아서 열정과 의지만으로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 꿈을 이루어 가수로 활동한 지 10년, 이제는 그림에 빠져 화가가 되겠다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남들처럼 어릴 적부터 음악과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고, 유학이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식과 무지에서 온 용감함으로, 그림으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화가로 인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일기로 시작한 그림은 내게 처음으로 창작을 위한 고뇌가 재미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림이라는 일기를 하나씩 써 내려가면서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욕심을 바탕으로 고민을 거듭해 '나'라는 소재를 떠올렸고, 다른 무언가보다 잘 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이 자신감은,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내 삶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나만의 세계가 강하다는 것이 창피한 일인 줄 알았다. 그런 생각은 마치 가족 안에서 또는 사회 속에서 나만 따돌림을 당하듯 소외되는 느낌을 주었고, 외롭고 허전한 긴 시간을 지나오며 스스로 숨기고 싶었던 부분을 다른 무언가로 포장하기 바빴다. 그러나 억지로 입은 화려함이라는 포장지를 걸치고 살아간다는 것은 더없이 힘들고 어색했다. 매일이 그런 하루였다.

뻣뻣한 인생 속에서 숨을 돌리며 나를 찾기 위해 시작했던 그림은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창구였으며, 나를 찾는 과정,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담겨있는 것들, 그렇게 되돌아본 나의 지난 시간과 흔적들, 그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들, 그렇게 눈 앞에 펼쳐질 흔적에 대한 결과물, 미래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준비, 그것은 결국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 동시에 내가 죽어서도 남기게 될 내 자서전 같은 것이라고 용기 있게 말하고 싶다.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몸짓을 통해 표현한다. 그런 내 몸짓들은 캔버스라는 무대 위에서 물감이라는 도구를 통해 흔적으로 남게 된다. 내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에 맞게 정해진 안무를 연습하고, 계획적인 안무와 즉흥적인 연기를 통해 팝이라는 대중예술을 시도한다.

내가 해왔던 춤과 노래, 어릴 적 쏟았던 열정들은 그대로 캔버스라는 공간에서 다른 형태의 행위로 그려지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추상적 표현과 현대적인 접근 방식이 더해진 이 그림들을 '팝추상'이라 말하고 싶다.

캔버스라는 무대 위에서 계획 속에 연출된 우연적인 색의 조화들. 이번 전시를 통해 음악과 미술로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나의 간절한 마음이 잘 전달되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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